발톱 발톱 엄지발가락이 욱신거리더니 급기야 벌겋게 부어오르고 염증이 생겨 걷기도 불편하고 씻기도 편치가 않다. 그러기를 보름 되었을까? 어머니께서 은근히 겁을 주셨다. “그거 혹시 큰 병이 아닐까?” 하며 심각한 표정으로 발가락을 어루만지셨다. 그동안 통증에 시달리면서도 별것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얼굴 얼굴 며칠 동안 분주하게 보냈더니 몸도 마음도 지쳐버렸다. 따뜻한 물에 목욕한 후에도 피곤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얼굴은 까칠하니 영 볼썽사납다. 평소에도 못생겼다는 평을 받는 편인데 피곤에 전 얼굴은 내가 보기에도 민망스럽다. 눈가에 주름은 자글자글하고, 피부는 늘어지고 살..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자존심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 해가 서산에 기울자 아버지는 가축에게 먹이를 주려고 목장 안으로 들어가셨다. 어머닌 저녁밥을 짓기 위해 부엌으로 들어가시려는 때였다. 낯선 남자가 히죽거리며 들어섰다. 그는 낯선 사람의 방문을 의아해 하는 어머니를 아랑곳하지 않고 등짐을 내려놓았다. “저그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사랑이 가득하신 아버지 사랑이 가득하신 아버지! 온 세상이 푸름으로 들끓고 있습니다. 초록 들녘을 달리는 바람은 생명을 부르고, 여기저기 피어오른 꽃들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선 편안하신지요? 살아있는 사람은 또 살아가게 되나 봅니다. 어머니는 올 들어 많이 쇠잔해지셨지만, 손에..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어머니와 영화관엘 가다 어머니와 영화관엘 가다 블라인드를 걷어 올리자 맑은 햇살이 방안을 파고든다. 잠자던 바이올렛과 난초들이 기지개를 켜듯 포르르 떤다. 빛은 방안에 갇혀 있던 사물을 깨우고 공중에 떠 있는 먼지까지 통과한다. 그 화사한 빛에 노출된 어머니의 야윈 몸은 울컥 슬픔을 자아낸다. 구부..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어머니와 함께 걷는 길 온 세상이 푸른 생명으로 가득한 오월이었다. 눈부시도록 고운 이 계절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건장하던 팔 한쪽이 부러지고 말았다. 기둥만큼 퉁퉁 부은 팔은 애물단지가 되어 누워도 성가시고 앉아도 불편하니 구십을 앞둔 어머니를 감히 내 시종으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어..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어머니와 수의 어머니와 수의 모처럼 휴일을 맞아 옷장을 정리하기로 하였다. 방을 깨끗이 닦고 차곡차곡 쟁여 있던 옷들을 끄집어내니 산더미 같다. 어머니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나는 그동안 확인하지 않고 사들인 결과의 노출에 미안함을 느껴 괜스레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이 우스웠던지 어머..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어머니의 정상에서 어머니의 정상에서 외출하고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잔뜩 구부린 채 책을 읽고 계셨다. 나는 마치 어머니의 윗사람인 양 잔소리를 해댔다. “어머니 왜 그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보세요? 의자에 앉아서 보시라고 했잖아요.” “네가 사다 준 탁자를 사용하면 허리가 더 아프단다.” 구..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