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길목에서 겨울의 길목에서 아침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변기가 막혀 물은 넘치고, 현관 앞에 내놓은 쓰레기 봉투는 배고픈 고양이에게 물어 뜯겼는지 여기저기 찢어져 잡쓰레기들이 볼썽사납게 흩어져 있었다. 변기 뚫으랴 현관 청소하랴 정신이 없다보니 아침 밥 준비가 늦어져 허둥지둥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낙엽지는 공원에서 낙엽 지는 공원에서 시끌벅적하던 생명이 조용히 눈을 감아가는 시간, 뒤숭숭한 마음을 정리할 겸 가까운 공원으로 향하였다. 아무도 없는 빈 공원엔 은빛 반달과 옷 벗는 나무들만이 남아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고 있다. 천천히 걸을 때마다 낙엽이 부딪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낸다. 그 소..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가을은 나를 바라보게 해 가을은 나를 바라보게 해 뜨겁던 여름이 고개를 숙이고 조금씩 물러서더니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다. 황금 물결을 이루던 들녘도 가을걷이로 하나 둘 비어간다. 산국(山菊)들의 얼굴에선 맑은 향기가 자욱하고 무성하던 잡초들도 한풀 꺾여 누런빛을 띤다. 여름 내내 풀과 씨름하던 연장..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단수 단수 한동안 손보지 못한 텃밭은 제멋대로 자란 잡풀에 치여 제 곡식을 기르지 못하였다. 벼르고 별러 호미를 들고 나섰다. 억세게 자란 풀들은 좀처럼 뽑히지 않아 송아지 엉덩짝만 한 밭을 매는데도 절절맬 수밖에. 칠월 뙤약볕은 어찌나 뜨거운지 붉게 충혈된 피부는 비오듯 땀을 쏟아..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분갈이를 하면서 분갈이를 하면서 겨우내 방안에서 웅크리고 지낸 화분들을 베란다에 옮겨 분갈이하였다. 그동안 관심을 주지 못한 탓인지 화초들은 하나같이 뿌리가 뒤엉켜 있었다. 제대로 발을 뻗지 못해 상해버린 뿌리와 말라버린 줄기를 잘라내고 큰 화분에 배양토를 넉넉히 넣어 새집을 마련해 주..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흉터 흉터 내 몸에는 몇 개의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다. 하나는 왼쪽 입술 끝에, 하나는 왼손 엄지와 손바닥 경계선에, 또 하나는 무릎에 있는 몇 개의 화상 자국이다. 그 이외에도 크고 작은 흉터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무릎의 화상 자국은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교..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풀지 못한 여행 가방 풀지 못한 여행 가방 몇 년을 벼르던 여행일정을 잡고 나니 가슴이 설렜다. 서둘러 며칠 머물 숙박시설을 예약하고 필요한 물품을 챙기느라 분주하였다. 여행 일을 기다리는 마음은 어린아이 같아 싸놓은 물품들을 괜스레 풀었다 쌌다를 몇 번을 반복하였는지 모른다. 그때마다 품목..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내 마음에 우물을 파다 내 마음에 우물을 파다 독서는 내 영혼을 젊게 한다. 세상과 소통하는 교량 역할뿐 아니라 지식을 얻는 보물 창고요, 내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는 스승의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도 내 영혼의 목마름을 적셔주는 맑은 샘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책을 등한시하는 세월이 오랫동안 이..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삶에 동반자 삶의 동반자 `` 인생은 길흉화복 변화가 무쌍한 것이 마땅한 일이지만, 그래도 내 인생 여정만은 쉽고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내 인생행로는 유독 수많은 사연과 고달픔으로 얼룩져 있다. 다섯 살 되던 해 옆집 사는 친구가 양잿물에 살구를 적셔 먹이는 바람에 반쯤 죽었다가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늙어감에 대하여 늙어감에 대하여 퇴근 시간이라 도로엔 귀가하는 차량이 북적거렸다. 신호가 바뀌어 출발하려는데 노부부가 느릿느릿 길을 건너기 시작하였다. 차들은 빵빵 소리를 질러대고, 노인들은 마음과 달리 움직이지 않는 몸이 미안한 듯 연신 손만 흔들어댄다. 신호가 한 번 더 바뀐 뒤에야 노..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