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가족, 또 다른 불평등 기러기가족, 또 다른 불평등 K씨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걸 함께 식사하자고 잡았다. 그는 수줍은 듯 주춤하더니 오랜만에 먹는 집밥이라며 좋아한다. 천천히 음식 맛을 보던 그가 처음으로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25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다고 하였다. 어린 자녀들이 미국으..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사라진 화분 사라진 화분 고즈넉한 시간, 현관 밖에서 둔탁한 소리가 어둠을 가른다. 예기치 않은 소음에 놀라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데 어머니께서 손목을 잡으셨다. “가만있거라. 무엇이 필요한가 보지.” 어머니께서 말리는 바람에 억지로 주저앉기는 하였지만, 배설물을 깔고 앉은 사람처럼 영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김장하는 날 김장하는 날 마당 한가득 쌓인 만여 포기 배추와 무가 하루의 일과를 말해주고 있었다. 이십여 명 지원을 나온 군인들은 배추 절일 커다란 틀을 짜고 있었고, 자원봉사 오신 아주머니들은 배추 더미를 향해 빙 둘러앉아 있었다. 우리도 서둘러 자리를 잡았는데 하필이면 바람이 쌩쌩 드는..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장맛비 내리는 계절 장맛비 내리는 계절 하루 종일 잿빛 구름과 후덥지근한 날씨가 불쾌감을 주더니 밤이 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예년보다 열흘 정도 앞당겨진 장마는 시작부터 거세게 내려 곳곳에 피해를 주었다. 배수시설이 작동이 되지 않아 시설하우스 수십 동이 침수되어 출하를 앞둔 수박이 썩..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불청객 불청객 이 승 애 푸른 바다는 지난여름의 혼잡스러움을 씻어내기라도 하듯 조용히 출렁이고 있었다. 바쁜 일상에 거칠어진 마음이 금세 차분히 가라앉는다. “어머 아름답다. 정말 좋다.” 친구들은 감탄과 동시에 신발과 겉옷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맙소사. 해파리 떼가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사라진 흔적 사라진 흔적 비어있는 시골집을 찾았다. 오랫동안 손보지 않은 집이 초라하게 우리를 맞이하였다. 습기로 눅눅해진 벽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해 보였다. 슬레이트로 된 지붕은 여기저기 구멍이 나 궁한 모습이 역력하였다. 손을 보려고 해도 모두가 낡고 헐어 쉽지 않으니 그저 한..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도둑으로 몰리다 도둑으로 몰리다 몇 년 전 여름이었다. 몸이 몹시 피곤하여 낮잠을 자고 있는데 밖에서 다투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려 왔다. 목소리의 톤으로 봐선 벌떡 일어나 상황을 파악해야 할 일이었지만, 피곤에 전 나는 일어나지 못하고 깊이 잠이 들고 말았다. 얼마나 흘렀을까? 어머니가 급..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보탑사에서 보탑사에서 이 승 애 하늘과 땅이 맞닿은 아름다운 능선을 타고 푸름이 들끓는다. 짙푸른 숲의 유혹에 친구 몇몇이 꽃봉오리 같은 보련산에 들어 앉아 있는 보탑사로 향하였다. 굽은 길을 따라 가는 길, 숯가마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참나무 타는 냄새가 구수하게 코끝을 자극한다. 그곳..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김장을 담그며 김장을 담그며 기도하듯 서 있는 나목들 사이를 걷는다. 올 한해가 스크린처럼 펼쳐졌다 사라진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간혹 넘어지기도 하고 덫에 걸려 크나큰 곤혹을 치르기도 하였다. 외부적인 요인이 원인이 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나의 비합리적인 사고로 말미암은 것이..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
상수리나무의 눈물 상수리나무의 눈물 아름다운 가을이 오자 상수리나무 가족들은 맑은 호수를 바라보며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깔깔 웃는 날이 많아졌죠. 때때로 가지를 흔들어 이웃을 초대해 정다운 시간을 갖기도 했어요. 오늘의 첫 번째 손님으로 장수풍뎅이 가족이 왔어요. 그들은 열심히 나무를 .. 그룹명/창작수필(신호등) 2015.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