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슬픔 앞에서 친구의 슬픔 앞에서 이 승 애 잎이 진 빈 가지에 걸린 청명한 하늘이 유난히 시리게 느껴지는 아침, 친구 남편의 비보를 들었다. 얼마 전부터 폐암으로 사업을 접고 병마와 싸워야 했던 가족들의 절절한 바램은 죽음의 숲으로 버려지고 말았다.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친구가 찾아와 청..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3.18
어머니의 초상 어머니의 초상 이 승 애 어머니께서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디딜 때마다 오래된 라디오 주파수 맞추는 소리처럼 칙칙 긁히는 숨소리를 내신다. 아버지와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름시름 심장병을 앓으시더니 온갖 합병증이 생겨 고통의 십자가를 을러 매셨다. 병원을 내 집 드나들..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3.10
언니 언니 이 승 애 녹음 짙은 산길을 걸어 양지바른 곳, 언니 누우신 무덤에 무릎을 꿇고 안부 인사 올린다. 그동안 푸르게 자란 잔디는 언니인 듯 반갑게 맞이한다. 살아생전 가족, 이웃에게 자양분이 되었듯이 이곳에서도 곱게 누워 당신 몸을 아낌없이 자연에 내어주는 그 넉넉함에 가슴이 ..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2.25
새싹이 주는 교훈 새싹이 주는 교훈 이 승 애 며칠 동안 궂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고 봄볕이 따스해 산책에 나섰다. 길가엔 어린 새싹들이 가녀린 몸을 살랑대며 웃음을 짓는다. 작은 잎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한 눈빛은 눅눅한 마음을 걷어낸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려 이것저..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2.25
이웃 사촌 이웃 사촌 유난히 더운 날씨에 깁스한 팔이 퉁퉁 부어 앉아 있기가 수월치 않다. 일주일 내내 과제물 제출에 시험까지 치르느라 다친 팔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이다. 그동안 호전을 보이던 상처는 성이 잔뜩 나 팔과 몸을 고통스럽게 한다.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좌불안석일 때쯤..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2.11
모두가 네 탓 모두가 네 탓 이 승 애 퇴근 후 집안을 들어서는데 방안이 캄캄하였다. 나는 불길한 예감에 “어머니!” 하고 부르니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 시원치 않고 시큰둥하다. “왜 불은 안 켜시고, 텔레비전은 왜 안 보셔요?” “네가 텔레비전을 잘못 사와서 볼 수가 없다. 보다가는 꺼지고.” 어..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2.11
몸살을 앓으면서 몸살을 앓으면서 오빠의 병수발에 집안일, 몇 차례의 손님 대접에 지친 몸이 항변하기 시작하였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두통이 들락거렸다. 그래도 일을 놓을 수 없어 이틀을 더 버텼더니 밤새 온 몸 구석구석 안 아픈데 없고 기침은 쉴 새 없이 나왔다. 뜨거운 물에 발을 담가도 차게만 ..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1.26
고무신의 행복 고무신의 행복 얼마 전 이사를 하였지만 이삿짐을 제대로 풀지 못하여 어수선한 생활을 면치 못하였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 하나 찾으려 해도 찾지 못하고 신발하나 제대로 찾아 신지 못해 늘 낡은 신발 신세였다. 이런 불편함을 참고 살다 오늘은 신발장부터 차근히 정리하기로 하였다. ..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1.26
실비아 언니 실비아 언니 맑은 햇살 사이로 푸름이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엔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묻어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 몇 조각 떠있어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감미롭게 한다. 모처럼 병실을 나서기 위해 일어서는데 부러진 팔..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1.19
단비 단비 며칠 동안 올 듯 말 듯 하던 비가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댄다. 축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모처럼 내리는 단비를 반긴다. 그동안 논·밭이 바싹바싹 타들어가 농부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었는데 드디어 농작물에게 필요한 생명수가 귀하게 쏟아지니 기쁨에 흥이 돋는다. 이제 식.. 그룹명/창작수필(아버지의 손) 2015.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