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이승애 철사를 세 뼘 길이로 두 개 잘랐다. 하나는 가운데를 둥글게 휘어 머리를 만든 후 양쪽으로 펼쳐 팔의 뼈대를 만들었다. 또 하나는 머리와 팔 부분에 끼워 감아 아래로 내려 몸과 다리의 뼈대도 세웠다. 살집 한 점 없는 뼈대가 앙상하다.닥종이를 뭉쳐 머리와 얼굴 부분에 채워 넣었다. 풀칠한 닥종이를 한 겹 한 겹 뜯어 붙일 때마다 내 세포가 분열해 전이된다. 허리 한 번 펴지 않고 애정을 퍼부었더니 나부죽하고 복스러운 얼굴과 둥그스름한 머리형이 만들어졌다. 이제 누구를 만들까. 모형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몇 시간째 낑낑대도 뾰족한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다.막막하기만 하다. 동네 어귀로 나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펴본다. 한참 서성대도 내 영감에 와락 안기는 이가 없다. 아쉬움을 안고 골목길을 휘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