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의 시간 자료집을 찾으려 소파를 밀어냈다. 오랜 시간 밀봉되었던 책장이 부스스 눈을 뜬다. 뽀얀 먼지가 반기를 들며 사방으로 흩날린다. 바닥엔 검은 비닐봉지 하나, 백 원짜리 동전 두어 개, 작은 손걸레, 신문지 몇 장, 약봉지, 검은 고무줄 등 잡동사니들이 먼지와 뒤엉켜 널브러져 있다. 몇 년 전 이사하면서 갖고 있던 책 중 반 트럭 가까이 나눠주었는데도 책장이 부족해 몇 개를 더 샀다. 서재와 거실에 분산하여 놓고 보니 소파가 들어갈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책장을 등지고 소파를 바짝 붙여 놓았다. 소파는 버젓이 제 몫을 하는데 구석으로 밀려난 책장은 존재감이 없다.직사각형의 책장과 곡선의 소파 사이가 헤벌어져 휑뎅그렁했다. 이것저것 갖다 꿰맞추어 보아도 영 신통치 않았다. 두툼한 사전과 키 큰 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