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송
양지바른 앞마당 늙은 소나무
겹겹이 입은 두터운 나무껍질 속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이 담겨져 있을까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뒤틀린 허리
바람이 옹알대며 쏜살같이 달아나는
소리도 놓치지 않는다
먹장구름 으름장을 놓으며 쏟아내는
거센 빗줄기에도 흐트러짐이 없다
추위가 온 몸을 얼리며 가시 같은 냉기로
구석구석 찌르고 고함을 질러도
발을 떼는 적이 없다
오늘도 욕심 훨훨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우뚝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