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길은 온 몸이 혀가 되어
오고가는 이들의 삶을 핥는다
먼지 쌓인 마른 몸에
자취를 남기며 무수히 오고가는 이들은 알까
어디론가 떠났던 이들 다시 돌아와 지나가고
홀로 남아 우는 길 위에 달빛이 찍힌다
어제의 그들이 남긴 낡은 발자국들
들썩들썩 일어나 서성이고
별들도 총총총 걸어와 환히 밝히면
솔밭 거닐던 바람 달려와
수런수런 이야기보따리 풀어내며 깔깔깔
그러다가 먹으로 번졌던 하늘
돌돌돌 말려 제 자리로 옮겨가면
길은 야윈 몸 끌어당겨 편편하게 펴고는
저를 무두질해오는 이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에 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