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창작시

이승애 2015. 5. 22. 16:14

 

 

길은 온 몸이 혀가 되어

오고가는 이들의 삶을 핥는다

먼지 쌓인 마른 몸에

자취를 남기며 무수히 오고가는 이들은 알까

어디론가 떠났던 이들 다시 돌아와 지나가고

홀로 남아 우는 길 위에 달빛이 찍힌다

어제의 그들이 남긴 낡은 발자국들

들썩들썩 일어나 서성이고

별들도 총총총 걸어와 환히 밝히면

솔밭 거닐던 바람 달려와

수런수런 이야기보따리 풀어내며 깔깔깔

그러다가 먹으로 번졌던 하늘

돌돌돌 말려 제 자리로 옮겨가면

길은 야윈 몸 끌어당겨 편편하게 펴고는

저를 무두질해오는 이들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에 안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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