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주는 교훈
이 승 애
며칠 동안 궂은 날씨가 계속되더니 오늘은 하늘이 맑고 봄볕이 따스해 산책에 나섰다. 길가엔 어린 새싹들이 가녀린 몸을 살랑대며 웃음을 짓는다. 작은 잎 하나하나에서 뿜어져 나오는 형형한 눈빛은 눅눅한 마음을 걷어낸다.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려 이것저것 벌려 놓은 일 때문에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모처럼 편안한 마음이 된다. 난 이미 지천명에 이르렀지만 마음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 하루에도 몇 번씩 흐렸다 바람이 불었다 하니 스스로 넘어져 우는 날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권태를 모르는 저 어린새싹들을 보니 자주 들뜨고 산만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워진다. 저 생명들은 옹기종기 모여 푸르게 뻗어나갈 줄 알며 스스로 삶을 꾸릴 줄 안다. 따뜻한 햇살을 품을 줄 알고 세찬 비바람을 견딜 줄 아는 지혜를 지녔다. 어떤 경우에도 기가 죽거나 낙심하여 주저앉는 일이 없다. 기분이 좋다하여 흥청망청 하지 않으며, 조건이 여의치 않다고 포기하지 않는다. 돌멩이가 있든 양지바른 곳이든 그늘진 곳이든 타박하지 않고 뿌리를 내려 생을 마감할 때까지 꿋꿋하게 살아간다.
언덕을 오르다 어린잎에 손을 대본다. 숨결이 부드럽다. 낯선 자의 손길에도 당황하거나 싫어하는 기색 없이 다소곳하다. 난 이 푸른 생명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속죄의 시간을 가져본다. 오욕칠정에 얽매여 사느라 잃어버린 선善이 그리워진다. 갑자기 눈물이 봇물 터지듯 왈칵 쏟아져 내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위로하듯 내 등을 가만히 쓰다듬는 햇살에 몸을 일으켜 걷는다. 각혈하듯 쏟아버린 눈물 탓일까 마음이 한결 가볍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 밭 여기저기에 박힌 무관심의 가시, 교만의 가시, 시기와 질투의 가시 하나하나 뽑아내 본다. 이제 그 자리에 사랑과 나눔의 씨앗을, 인내와 절제의 씨앗을 심어 보련다. 척박하고 보잘 것 없는 내 마음 밭이지만 정성껏 가꾸면 언젠가는 아름다운 소출을 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