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이 승 애
사십 년 지기 친구들과 모처럼 길 나서는데
15년 만에 왔다는 강추위가 길 막는 거여
도루 들어앉을 수 없어
중무장하고 발 내딛는 거야
45인승 버스 점령한 열 명 친구들
왁자한 수다 풀어놓으니
까짓 동장군 폭력은 저리 가라였지
우리 기세는 점입가경
배포 하나로 죽 쑤고 밥하는 친구 하나가
마이크 잡더니
오십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끼를 풀어 놓는 거야
은인자중하던 나도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어
서너 평도 되지 않는 버스 안이
막삶아 건진 국수처럼
윤기 자르르 흐르고 쫄깃했지
한결 가까워진 친구들 얼굴이
훨씬 이뻐 보이더라구
참 만남 그것은 찰거머리처럼 떼기 어려운
위선을 확 떼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