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승애
하나는 예쁜 옹기 그릇에
또 하나는 플라스틱 용기에
고구마 심었다
두 개 모두 사랑할 순 없었다
옹기그릇 고구마 선택 받아
그 넝쿨 우줄우줄 집안 가득 채울 때
문득 어두운방 구석에 쳐박혀있던 플라스틱 용기 속 고구마 생각났다
겨우 잎 하나 내밀고 썩어가는 고구마
살리려고 이리저리 잘랐다
그리곤 물을 가득 부었다
하얗게 드러난 피부 위로 와락 달려드는 물
그만 숨을 놓아버렸다
오월 햇살 여전히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