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2015. 1. 19. 13:31

실비아 언니

 

 

 

맑은 햇살 사이로 푸름이 부챗살처럼 펼쳐지고 코끝을 스치는 바람엔 부드럽고 달콤한 향기가 묻어있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하늘을 본다. 파란 하늘엔 흰 구름 몇 조각 떠있어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 감미롭게 한다. 모처럼 병실을 나서기 위해 일어서는데 부러진 팔의 통증이 파르르 떨며 함께 일어난다. 설렘과 망설임이 순간 충돌한다. 그 때 실비아언니가 화사한 모습으로 병실에 들어섰다. 그녀의 손에는 오늘도 사랑이 듬뿍 담긴 간식과 정성스럽게 빨아 말린 옷가지가 들려있었다. 곧이어 실비아언니의 밝고 고운 마음이 병실 곳곳에 채워졌다. 풍성한 나눔이 시작되면서 병실은 금세 복숭아꽃 향기로 젖는다.

실비아언니를 만난 것은 수동성당에서 근무할 때였다. 적극적이고 활발했던 그녀는 거리낌 없이 내게 와 주었다. 그녀의 따뜻한 사랑은 십 수 년이 넘도록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다. 오늘도 그녀는 거침없이 병실에 들어와 쓸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걷어내고 진달래 빛 웃음을 선사한다.

나눔 잔치가 끝나면 그녀는 곧바로 나에게 과감한 애정을 표출한다. 밤새 지저분해진 옷가지와 침구를 정리하고는 나의 몸을 씻어주기 위해 목욕탕으로 향한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섬세하여 편안하다 못해 나른하다. 뽀송뽀송해진 내 몸을 뉘이고 구수한 입담이 오가면 통증으로 시달렸던 팔은 고통을 잊고 새살을 채운다.

두어 시간 최고의 서비스를 마치면 그녀는 꼬질꼬질해진 나의 옷가지를 챙겨 병실을 나선다. 오늘도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이 정성껏 내 외로움과 아픔이 깃든 옷들을 정성껏 빨을 것이다.

실비아언니의 삶의 멘토는 소탐대실(小貪大失)’ 이란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늘 주위를 살피고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하는 지혜로움이다. 자신의 것을 서슴지 않고 내어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과 옳고 그름을 밝혀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그녀는 오늘도 가정에서 성당에서 벗들에게 구체적인 사랑을 실천한다. 자신보다 조금 부족한 사람을 벗으로 삼아 위안을 주고 아픔이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녀의 가슴은 늘 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있는 자의 오만함과 잘못엔 결코 쉽게 넘어가지를 않는다. 올바른 삶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그녀는 오늘도 도서관을 찾아가 진리를 탐구하고 하느님 대전에 나가 기도를 올린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만남을 이루며 살아간다. 어느 만남은 사랑과 정이 듬뿍 담겨 살아가는 동안 기쁨과 힘을 주기도하고 어떤 만남은 아픔과 슬픔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실비아 언니와의 만남은 늘 따뜻하고 편안함을 준다. 늘 부족하고 힘겨울 때 옆에서 손잡아주고 힘을 주어 충만함을 준다. 그녀의 명쾌한 판단력과 분별 있는 언행은 주위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