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창작시

그 친구

이승애 2016. 6. 9. 22:32

그 친구

 

이승애

 

욕심의 노예가 된 친구

갑자기 변해 마법걸리듯 넘어진 그

 

그 친구에게선 모과향이 났었다

속이 상해 갈수록 더 짙어지는 향기

입꼬리는 살짝 위쪽으로 올라갔었고

눈은 늘 하늘을 향했었다

 

마음에 거친 물결이 출렁일 때도

승승장구 할 때도

향기는 그대로였다

 

그런데 무슨 날벼락

평생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친구

무엇이든 겁없이 삼켰고

 

무엇인가에 골몰했다

더 이상 향기도, 웃음도, 하늘을

우러르는 일도 없었다

 

나는 그 블랙홀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

멀리 도망쳤다

 

블랙홀은 계속해서 생겨났고

그 친구는 그 보다 더 거대한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지금도

블랙홀은 누군가의 가슴속에서

먹잇감을 노릴런지도 모른다

 

안마당을 서성거려 본다

허망한 꿈을 깨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