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2016. 5. 27. 23:34

배신

 

이승애

 

공든탑이 무너졌다

수십 년 얼굴을 맞댄 사람이

낯선 사람되었다

신뢰니 우정이니 쪼개지고 갈라져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다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 생겼다

슬픔이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구멍은 배수가 되지 않는

밑이 막힌 통이었다

비처럼 내린 슬픔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내장들이 둥둥 떴다

 

쉽게 나아질 기미가 없는

하루가 더디게 닫혔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시간속에 나를 던졌다

 

하늘엔 새가 날고 있다

발자국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