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2016. 3. 11. 20:21

생일

 

이승애

 

아침부터 주방점령

구십 노모 웬일

 

아이구 저거

에미 오라비 뒷바라지

고생만 처바르는 저거

허구헌 날

손 못 말리는 저거

 

밥 짓는 게 정을 끓이는 것임 늦게 감 잡히는데

다 됐다 할 때 울컥

눈물인지 웃음인지

차려 놓은 내 가슴 가득해지는 밥상

 

쌀밥 한 공기 미역국 한 사발

가지무침 두부조림 김 몇 장 김치 한 접시인데

내 눈시울 예 없이 내리감기고

그간 나누지 못한 숙이네 쇠재사는 용이네 피붙이들 얘기

상위에 올려

 

겨울 유리창 뚫고 들어오는 아침햇살

엄니 주름살에 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