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2016. 3. 7. 17:34

돌탑

 

이 승 애

칠성에서 만난 조회장님은 하루를 진두 할 계획에 약간 흥분되어 있었다. 모처럼 나선 벗들을 기쁘게 해주려는 회장님의 따뜻한 마음에 흐뭇해져 돌집으로 향하였다.

돌집은 예상보다 크고 넓었다. 크고 작은 돌들이 가지가지 모양의 탑으로 탄생해 저마다의 기품을 드러냈다. 돌은 의기투합하여 하나의 벽을 이루고 기둥을 이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단단한 돌과 돌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것은 양회이다. 아무리 단단한 개체라도 탑으로 하나가 된다. 소통없이 방황하는 이 사회가 넘어지지 않는 탑을 이루려면 적절한 양회가 필요할 것이다. 납작 엎드린 돌들을 가만히 만져본다. 매끄러운 촉감이 좋다. 그 단단한 결속력이 의좋은 형제를 닮았다. 아랫돌이라 하여 불평하는 법이 없고 윗돌이라 하여 뽐내는 법도 없다. 제자리에 묵묵히 머물러 서로를 지탱할 뿐이다. 말없이 서로를 받치고 있는 돌의 융합은 흐트러진 나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준다.

돌과 돌 사이를 잇는 또 하나의 길, 간격을 본다. 그 간격에서 인간이 가야 할 도를 본다. 돌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것은 그 간격 때문이리라. 문득 사람의 거리를 생각해 본다.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땐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지만, 너무 밀착되거나 멀어지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 혹은 형제지간이나 동료, 이웃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은 거리의 중요성을 잊었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간격을 유지해야 그 가까움이 영원할 수 있다는 철학을 돌탑에게 배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더 많이 차지하고 늘리려는 욕심에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병폐적인 사회의 원인은 권력과 명예, 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쌓아 올린 탐욕의 탑 때문이리라. 그 탑에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의 틈새도 없는 철옹성 같은 탑은 꽉 막혀 있어 그 어느 것도 드나들 수가 없다. 소통의 문을 잃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간격이 없는 탑과 같은 형국이다. 이제는 잘못된 탑을 허물고 서로를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인 틈새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서로 소통하고 보듬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리라.

삼삼오오 돌집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목 끝에 우뚝 선 교훈비가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어떤 일이든 이루지 못하겠느냐.’

무엇을 하든 맑은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조회장님께서 우리를 아름다운 돌집으로 인도한 이유는 돌탑의 지혜를 배우라는 의도였는지 모른다. 또한, 이 돌탑처럼 우리의 사랑을 견고하게 다지고 싶은 소망이 담겨있었을 게다.

굽이굽이 돌아 조회장님 댁에 도착하니 아담한 거실엔 사모님의 정성이 담긴 도토리묵과 부침개가 맛깔스럽게 차려있었다. 권커니 잣거니 막걸리 한 잔이 흥취를 돋운다. 거실에는 문학으로 만난 벗들의 문향文香이 그윽하다.



돌탑

 

이 승 애



황금연휴를 맞아 지인이 살고 있는 칠성으로 마실을 나갔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난다는 들뜬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웠다.

 

굽이굽이 돌아 지인이 살고 있는 돌집에 도착하니 거실엔 정성이 담긴 도토리묵과 부침개가 맛깔스럽게 차려있었다. 권커니 잣거니 막걸리 한 잔이 흥취를 돋운다. 거실에는 문학으로 만난 벗들의 문향(文香)이 그윽했다.

 

돌집은 예상보다 크고 넓었다. 크고 작은 돌들이 가지가지 모양의 탑으로 탄생해 저마다의 기품을 드러냈다. 돌은 의기투합하여 하나의 벽을 이루고 기둥을 이룬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단단한 돌과 돌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것은 양회이다. 아무리 단단한 개체라도 탑으로 하나가 된다. 소통 없이 방황하는 이 사회가 넘어지지 않는 탑을 이루려면 적절한 양회가 필요할 것이다.

 

납작 엎드린 돌들을 가만히 만져봤다. 매끄러운 촉감이 좋았다. 그 단단한 결속력이 의좋은 형제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돌들은 아랫돌이라 하며 불평하는 법이 없고 윗돌이라 하여 뽐내는 법도 없다. 제자리에 묵묵히 머물러 서로를 지탱할 뿐이다. 말없이 서로를 받치고 있는 돌의 융합은 흐트러진 나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준다. 돌과 돌 사이를 잇는 또 하나의 길, 간격을 본다. 그 간격에서 인간이 가야 할 도()를 봤다. 돌이 무너져 내리지 않는 것은 그 간격 때문이라 생각했다.

 

문득 사람의 거리를 생각해 본다. 적당한 거리에 있을 땐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되지만, 너무 밀착되거나 멀어지면 갈등이 생기게 된다. 부모와 자식 간 혹은 형제지간이나 동료, 이웃과 마찰이 생기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 중 가장 큰 요인은 거리의 중요성을 잊었기 때문이다. 가까울수록 간격을 유지해야 그 가까움이 영원할 수 있다는 철학을 돌탑에게 배웠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더 많이 차지하고 늘리려는 욕심에 아귀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병폐적인 사회의 원인은 권력과 명예, 부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쌓아 올린 탐욕의 탑 때문이리라. 그 탑에는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간격이 존재하지 않는다. 조금의 틈새도 없는 철옹성 같은 탑은 꽉 막혀 있어 그 어느 것도 드나들 수가 없다. 소통의 문을 잃은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간격이 없는 탑과 같은 형국이다. 이제는 잘못된 탑을 허물고 서로를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눈인 틈새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우리 사회는 서로 소통하고 보듬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리라.

 

삼삼오오 돌집을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길목 끝에 우뚝 선 교훈비가 또 하나의 가르침을 준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시키면 어떤 일이든 이루지 못하겠느냐.'

 

무엇을 하든 맑은 마음으로 정진하라는 뜻으로 들린다. 우리가 아름다운 돌집으로 인도된 이유는 돌탑의 지혜를 배우라는 의도였는지 모른다. 또한, 이 돌탑처럼 우리의 사랑을 견고하게 다지고 싶은 소망이 담겨 있었을 게다.

 

   충청투데이(2016. 5. 8)